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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승천대축일 특집/ 마리아에 관한 4대 교의

김재영 기자
입력일 2005-08-14 수정일 200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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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의 승천 모습을 담은 성화.
성모님 통할 때 주님과 더욱 일치

예수님 정체 규명하는 과정에서

성모님 관련 교의 뚜렷이 드러나

주님 뜻 따른 순명정신 본받아야

『천주교 신자들은 왜 성모상에 인사하나요? 우상 아닌가요?』 『마리아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피조물에 불과한데 천주교 신자들은 왜 마리아에게 기도를 하나요?』

가톨릭 신자라면 개신교 신자나 비신자들로부터 흔히 접하게 되는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으로 그저 머뭇거리거나,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다』는 정도로 대답하고 돌아서기 일쑤다. 이에 본지는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성모 공경의 이유와 성모님에 관한 4가지 교의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낳고 키워준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식들의 삶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헌신의 사랑을 베품으로써 자식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님의 생애 전반에 걸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주님과 일치하는 삶을 사신 마리아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어머니」의 전형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하느님이라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머니 마리아를 공경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특별히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했던 마리아의 순명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완성되었으며, 이는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순종하고 따르는 참된 신앙인의 모범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마리아 공경의 이유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성모님께 우리를 위해 빌어달라는 기도는 성모님께서 예수님과 가장 가까이 계시고, 성모님의 청을 예수님께서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마리아에 관해, 교회는 4가지 믿을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즉 ▲마리아는 평생 동정녀이며 ▲하느님의 모친이고 ▲원죄에 물들지 않았으며 ▲선종 후 승천하였다는 것이다.

▨평생 동정녀인 마리아

성서에 근거를 둔 동정녀의 그리스도 잉태는 초대교회 때부터 오늘날까지 정통 신앙으로 고백(신경)되며 받아들여져 왔다.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 7, 14). 임마누엘이신 예수께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잉태되었으며, 출산 이후에도 평생 동정으로 사셨다는 것이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확고한 신앙이었다. 이러한 신앙이 교부들로부터 정착되면서 553년 제2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를 선포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성서에 맏아들이라는 말과 예수의 형제들이란 말이 나온다고 하여 마리아의 동정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성서에 맏아들이란 용어는 둘째, 셋째 아들도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당시 풍속에 외아들도 맏아들이라고 했다는 시대적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 예수의 형제들이란 표현은 친형제가 아니고 사촌형제들, 또는 친척 관계의 인물들이다. 이런 연유로 가톨릭의 신앙 전승과 교부들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기 전은 물론이고 예수님을 낳은 후에도 평생동안 동정녀였음을 서슴없이 고백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정 잉태의 초점은 결코 성모 마리아가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마리아론이 아니라, 예수님이 특별한 구세주이심을 강조하는 그리스도론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즉 동정녀가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예수가 참 하느님이라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참 하느님이기에 동정으로 잉태되었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마리아에게 부여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4세기 초부터 교회 안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포했다.

그런데 이 칭호는 일차적으로 마리아에 대한 관심에서라기 보다는 그리스도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생겨났다. 특히 초대 교회의 신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되었던 문제는 그리스도의 정체에 대한 물음이었다. 다시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가 과연 누구인가?』하는 물음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정체를 규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리아의 신분이 간접적으로 함께 밝혀진 것이다.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데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마리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참된 인간이심을 의미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예수님께서 참된 하느님이심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마리아로부터 태어난 예수님이 인간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이라는 고백이 나오게 되었고, 그의 어머니인 마리아 역시 마땅히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지칭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싹튼 것이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과거엔 「무염시태(無染始胎)」로 불렸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에 관한 교의는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선포되었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전능하신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보존되었다』

마리아의 무염시태란 마리아가 영원한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미리 구원 사업에 참가하도록 선택된 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일체의 죄의 세력에서 구원받고 계셨다는 것을 말한다. 만일 하느님을 낳으실 어머니가 원죄에 물들었다면 태어나는 아들 또한 죄의 세력에 물들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다른 이들이 세례 때 받는 은총을 출생 이전에 미리 입음으로써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도록 부름받은 것이다.

성모님께서는 1830년 7월 18일 프랑스 파리의 카리타스 수녀원에서 발현해 당신이 원죄 없이 잉태되었음을 알려주었으며, 1858년에는 프랑스의 루르드에서 발현해 이를 다시 알려주었다.

▨마리아의 승천

성모님의 몽소승천(夢召昇天)이란 성모 마리아가 하늘로 들어 올림을 받은 것, 즉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약속된 영원한 생명의 영광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예수님의 승천에 참여하게 된 것을 말한다.

예수님의 승천은 스스로 하늘에 오르신 것이지만 마리아는 스스로 승천하신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아들로 말미암아 된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구별을 하기 위해 몽소(夢召)라는 말을 사용한다. 몽소 승천은 마리아의 육신과 영혼, 즉 마리아의 인격이 전적으로 부활한 그리스도와 일치함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모승천에 대한 교리는 일찍이 초대 교회때부터 그리스도교 신자들 사이에 신앙의 유산으로 전해져 내려왔으며,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가 「성모 승천」을 믿을교리로 선포한 이후 교회 안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비록 이 교리가 성서에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초대교회 때부터 내려오는 믿을만한 전승과 구세사에 있어서 성모의 역할, 성모와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통해 교회안에서 믿을교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히 성모님의 승천은 장차 우리도 받게 될 하늘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므로 영원한 생명을 믿는 신자들에게 구원의 표지로 다가온다.

인간적인 눈으로보면 마리아에 관한 이러한 4가지 교의는 하나의 「특권」으로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와 상관없는 특권이 아니라 우리와 더욱 가깝게 해주는 특권이다. 당신 아들을 믿은 충실한 제자이신 마리아와 일치하면 할수록, 주님과의 일치는 더욱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김재영 기자